추운 겨울을 사랑이 담긴 김치로 따뜻하게

해와 바람 중에 어느 쪽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지를 놓고 대결했던 우화에서는 햇볕이 승리했다. 초겨울, 때이른 혹한으로 귀가 얼얼하기까지 하던 11월 19일에도 여지없이 따뜻함이 추위를 이겼다. 그 대결의 현장은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2008 외국인과 함께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펼친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며칠 전부터 추워진 날씨가 체감온도 영하 10도로 절정을 이루던 이날, 행사를 위해 모인 장길자 회장을 비롯한 170여 명의 회원들이 내뿜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을 녹였다. 이 행사에는 주한 외교관 부인들도 대거 참석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는가 하면 홍보대사 김지유(탤런트) 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장길자 회장은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사랑과 정성이 담긴 김치로 어려운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났으면 한다. 외국인들과 함께해 더 의미가 있는 이 행사로 한국의 김치가 더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면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여해준 회원들과 외국인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작년 이맘 때에도 이곳에서 김장을 했던 경험이 있는 회원들은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아 능숙한 솜씨로 김장 준비를 해나갔다. 이날 준비된 재료는 옥천 지역 회원들이 사흘 전부터 부지런히 다듬고 절인 배추 2000포기, 무 500통을 비롯, 맛깔나는 배춧속까지 모두가 정성이 가득한 최고급 국내산이었다.

10시 30분경 모든 채비가 마쳐지자 회원들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정성껏 김치를 버무리면서 바쁜 손놀림을 시작했다. 장길자 회장은 외국인들과 함께 김장을 하며 김치 담그는 법을 알려주는가 하면, 건강에 좋고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긴 한국 김치에 대해 홍보했다. 이날 처음 김치맛을 본 외국인들은 김치가 신선하고 맛있다며 호평했다. 이웃과 사랑을 나누는 뜻깊은 행사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는 주한 외교관 부인들은 한국의 전통 음식인 김치를 직접 담가 보는 게 즐겁다며 시종일관 끊이지 않는 웃음으로 ‘Happy’(행복하다)를 연발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한옥마을로 관광을 온 많은 외국인들도 김장하는 모습에 관심을 보이며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사진을 찍는 것에 만족할 수 없었는지 앞치마를 두르고 직접 현장에 뛰어드는 외국인도 적지 않았다. 그중 터키에서 온 아타만 에르쿨 씨는 회원들이 행사를 마치고 뒷정리를 할 때까지 함께하는 열의를 보였다. “내일 터키로 돌아갈 예정인데 열흘 동안의 한국 관광 일정 중에 마지막 날인 오늘이 최고인 것 같다. 뜻하지 않게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까지 하게 되어 정말 즐겁고 기쁘다”는 그는 귀국해서 터키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도 어떻게 도울 것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김장이 처음이라는 김지유 씨는 “요즘 경기도 안 좋고 날씨도 추운데 힘든 이웃들이 사랑이 듬뿍 담긴 김치로 추운 겨울을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웃에 훈훈한 사랑을 전하는 것은 물론 한국의 전통 음식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된 특별한 김장 담그기 행사는 가족을 위하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으로 배춧속 뿐 아니라 마음마음까지 넉넉히 채우며 마쳐졌다. 이날 담근 김치는 서울 중구, 노원구, 중랑구 등지에 거주하는 500가정의 겨울나기를 위해 전달됐다.

오후에 김지유 홍보대사 등과 서울 중구의 독거노인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쌀, 선물세트와 함께 김장김치를 전달한 장길자 회장은 이웃과 함께 사랑과 희망을 나누고픈 회원들의 마음을 전하면서 모두가 건강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내길 기원했다. 서울 중구청 주민생활지원과 심복섭 서비스연계팀장은 “겨울에는 김치가 반 양식인데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것 같아 기쁘다. 나 혼자가 아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희생하는 회원들의 모습에서 정말 가득한 사랑이 느껴진다”며 관내 수혜자를 대신해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 회원들을 통해 김치를 전달 받은 최유미 (82. 서울 중랑구 신내동) 할머니는 혼자 살면서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데 이렇게 와서 위로해주는 회원들이 모두 아들 같고 딸 같다며 끝내 눈물을 훔쳤다. 위러브유에서 전한 김치는 그저 한 철 나는 반찬이 아니라 외로운 이웃들의 마음을 채우는 따뜻한 정이 아니었을까. 경제 위기로 속까지 시린 겨울, 국내외의 소외층과 함께하는 위러브유의 사랑 나누기 운동은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이날처럼 추운 줄 모르고 겨울을 나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