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앞두고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 겨울양식과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전하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김장 행사가 5년째를 맞았다. 11월 9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공원에 있는 서울놀이마당에서는 ‘2011 외국인과 함께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위러브유 장길자 회장과 200여 회원들이 참여했다. 서울 송파 지역 회원들은 참가자들을 위해 따뜻한 점심을 준비해 왔으며 옥천 지역 회원들은 사나흘 전부터 품질 좋은 배추3000포기와 속재료를 골라서 씻고 절이고 준비하여 당일 버무릴 수 있도록 마련해 왔다. 주한 외국인 회원 일부도 함께 김장 담그기에 도전했다. 해마다 참여하는 위러브유 홍보대사인 가수 이승훈 씨도 “정성으로 음식을 마련해서 같이 나눠 먹는 것이 우리 정서”라면서 김장 담그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른 아침부터 회원들은 김장용 탁자를 설치하고 재료를 나르느라 분주했다. 한쪽에는 참가자들과 행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김치의 역사와 김장의 의미를 설명한 패널을 세워서,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을 가족에 전하고 이웃과 나누는 한국 고유의 김치 문화를 소개했다.
오전 10시가 넘어서 김장 담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웃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는 회원들은 즐겁게 김치를 버무리기 시작했다. 이날 처음 김치를 먹어본다는 우간다에서 온 캐서린 나무비루(Catherine Namubiru. 28) 회원은 “매운 음식이라 생각해서 김치를 아예 못 먹었는데 오늘 먹어 보니 맛있다”고 말했다. 2년 전 결혼하면서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갈리나 포보로즈뉴크(Galina Povoroznyuk. 22) 회원은 “김치는 아삭아삭하고 맛있다. 한국에 와서 김치를 좋아하게 됐는데 직접 담가서 먹어보니 유난히 더 맛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3세인 박올가(29) 회원과 재일교포 3세인 김량아(34) 회원은 본국에서도 한민족으로서 김치를 즐겨 먹었지만 한국 김치에는 그보다 더 깊은 맛이 있다고 평한다. 재료나 담그는 과정에서 더 많은 정성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김량아 회원은 “어머니의 정성으로 김치를 담가서 이웃을 도울 수 있어 내게도 보람되고 좋은 경험”이라고 참가 소감을 말했다.
즐겁게 봉사하는 회원들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잔칫집 분위기였던 서울놀이마당에 지역 정관계 인사들도 찾아와 회원들을 격려했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은 “위러브유에서 평소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마음을 써주어 늘 감사하고 있는데 오늘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 버무리는 것을 보니 겨울양식을 받아 들고 기뻐할 주민들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 겹다”며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행사장을 방문한 지역구 박영아 국회의원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이웃에 김치를 나눠주는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김장을 마친 회원들은 줄지어 서서 릴레이 식으로 주고받으며 10kg씩 포장된 김치 500상자를 트럭에 실었다. 장길자 회장은 “오늘 김장을 맛있게 담가주신 회원들께 감사드린다”고 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서울 노원구청, 송파구청, 중구청, 중랑구청 등을 통해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족, 저소득층 이웃 500가정에 전달됐다. 김장김치를 직접 수령해간 구청 주민복지 담당 공무원들과 관계 기관에서는 행사의 의의를 높이 평가하며 위러브유 측에 감사했다. 100상자를 전달받은 송파구 지역아동센터협의회 강성구 회장은 “송파구의 11개 지역아동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 가정, 차상위계층, 조손가정, 저소득 한부모 가정 등 어린이 약 240명을 방과 후에 돌보는데 이 김치가 그 아이들이 이번 겨울 내내 먹을 양식이 된다”고 설명하면서 “이런 사회적 관심과 격려가 아이들에게 심리적 지지가 되고, 아이들이 몸과 마음이 튼튼한 어린이로 바르게 자라나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다시 도움을 주는 선순환이 된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장길자 회장 일행은 이날 담근 김치와 더불어 쌀, 반찬세트를 들고 송파구 삼전동의 어려운 이웃들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따스한 정성을 전했다. 외로움과 병마에 시달리던 독거노인 안창주(78) 할머니에게 장길자 회장은 “회원들이 정성껏 담근 김장김치를 드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시라”고 손잡아 위로하며 의료비를 지원했다. 할머니는 “내겐 자식도 없고 아무도 없는데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정말 좋다”고 거듭 말했다. 낯선 이국 땅에서 생활고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웃음을 잃었던 베트남 이주여성 수빈이 엄마(33)도 생활형편과 건강을 염려하는 장 회장의 따뜻한 위로에 어머니의 사랑을 느끼고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마음을 터놓고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수빈이 엄마의 얼굴에도, 함께한 아빠와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났다.
초등학생 손자를 홀로 키우는 임부자(66) 할머니는 “올해 맛도 못 본 귀한 김치를 가져다 주니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면서 “이렇게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복을 많이 받겠느냐”고 말한다. 이웃들의 얼굴에 피어난 웃음꽃을 보며 회원들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복된 일인지 새삼 느끼며, 김치로 함께 사랑을 나눈 이웃들이 올겨울 건강하고 따뜻하게 보내기를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