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함께하는 따뜻한 겨울맞이

겨울을 앞두고 나눔의 의미가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이때, 이웃의 겨울 양식 걱정을 덜어주는 사랑 나눔 행사가 열렸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서 해마다 이맘때 개최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는 공식행사만 올해로 약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어머니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김장김치로 건강하고 따뜻하게 겨울 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11월 15일, 성남시청 광장에서 펼쳐진 ‘2013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에는 참가한 위러브유 회원 200명가량이 오전 8시경부터 모여들었다. 충북 옥천 지역 회원들이 일주일 전부터 준비한 절임 배추와 배춧속은 싱싱하고 맛있는 냄새를 풍겼다. 준비한 회원들은 “무, 배, 갓, 쪽파, 미나리, 생새우, 굴, 오징어 등 속재료와 양념만 해도 국산 농수산물이 스무 가지에 달하는 건강 김치”라고 설명했다.

회원들과 함께 김장을 버무리는 장길자 회장(좌측 세 번째)과 이재명 성남시장(좌측 네 번째), 임치빈 선수(좌측 두 번째).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두르고 정성껏 김장을 담그는 회원들 중심에는 장길자 회장이 있었다. 가수 윤태규 씨도 마이크 대신 김장배추를 부여잡고, 이종격투기 선수 임치빈 씨도 글러브 대신 고무장갑을 끼고 김치 담그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장길자 회장은 “어려운 분들에게는 김치가 반(半)양식”이라며, 이웃을 위한 김장에 나선 회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바쁜 스케줄 중에도 달려온 윤태규 씨는 “맛을 보니 최고급 김장김치”라며 “어머니 사랑이 가득 담겨 여느 김치보다 더 소중한 김치”라고 평가했다. “김치를 맛있게 먹기만 하다가 직접 담가보니 허리도 아프고 힘이 들었지만 이웃들이 맛있게 드실 생각을 하니 뿌듯했다”는 임치빈 선수는 “김장은 어머니가 혼자 하실 일이 아니라 온 가족이 같이 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장을 함께한 회원들도 “김장은 가족과 이웃을 위해 어머니를 중심으로 모두가 함께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지영(45, 성남시 금곡동) 회원은 “집에서도 해마다 남편, 아들과 같이 김장을 하는데 가족간의 정을 느끼고, 이웃, 지인들과 나눠 먹음으로 더 마음이 넉넉해지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정애(65, 성남시 이매동) 회원은 “일 년 먹을 김장을 한다는 건 힘든 일이라 집에서도 김장하면 딸들과 손자손녀들도 와서 거든다. 젊은 사람들은 힘들다고 잘 안 하는데 젊은 회원들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랑과 정성을 가득 넣어 김장하니 얼마나 대견하고 예쁜지 모르겠다”고 흐뭇해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올 무렵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행사장을 찾았다. 팔을 걷어붙이고 김장에 동참한 시장은 “김치 맛이 참 좋다. 배추와 양념, 절인 정도까지 삼박자가 다 좋다”고 평하며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김치를 맛보고 “이렇게 맛있는 김치를 이웃에게 나눠주는 것이냐”며 감탄했다.

이날 담근 김치는 총 8000킬로그램이 넘었다. 10킬로그램씩 밀폐용기에 담겨 포장된 김치는 성남시청을 통해, 성남시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빈곤가정 등 이웃들과 분당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성남이주민센터 소속 장애인, 주한 외국인까지 800가정에 전달된다. 김치를 수령한 이재명 시장은 “추운 겨울을 대비한 김장에는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김치 한 박스 받아서 좋은 것보다 그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함께하는 이웃이 있다는 게 받는 분들에게 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답례했다.

잔칫날처럼 풍성했던 김장 축제를 마무리하며 장길자 회장은 “회원들이 정성껏 담가 김치가 더 맛이 있다”면서, 이웃 사랑의 마음으로 수고한 회원들에게 일일이 고마움을 표했다. 점심시간 후 기념촬영을 마치고 회원들이 귀가한 다음에도 장길자 회장은 다시 김장김치를 들고 이웃들을 찾았다.

먼저 찾아간 곳은 성남시 태평동에 거주하는 80대 노부부의 가정. 예전에는 남부럽지 않게 살았으나 자식들의 빚보증과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고 할아버지는 뇌졸중, 할머니는 백내장과 여러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당장의 끼니 걱정을 덜었다”고 감사하면서도 곤궁해진 신세를 한탄하는 할머니에게 장길자 회장은 “가난은 죄가 아니니 부끄러워 말고, 지금은 도움을 받는 상황이지만 도움 줄 수 있는 형편이 되면 도움 주면 되지 않느냐”고 위로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수진동에서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잇는 할머니가 홀로 기거하는 집이었다. 류머티즘으로 왼손이 굽어버리고 우울증으로 마음의 병까지 앓고 있던 할머니는 따뜻한 인정에 시종 눈물을 보이며 거듭 고마워했다.

장길자 회장은 각 가정에 김치와 쌀, 반찬, 생필품을 고루고루 챙겨 선물한 것은 물론, 반지하 방 냉골에서 지내는 어르신들을 염려하여 별도의 난방비를 지원했다. 백내장을 앓고 있는 할머니에게는 추후 수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회원들의 사랑과 정성에 눈물로 감사한 이웃들에게 이날 전달된 김치는 단순한 반찬 그 이상이었다. 유네스코는 조만간 한국의 김장문화를 인류무형유산에 등재할 예정이라 한다. 김치를 함께 담그고 함께 나누는 공동체 정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가족과 이웃이 건강하게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헌신하고 나누고 배려하는 어머니 사랑이, 이웃에게 혹독한 겨울을 이겨낼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을 직접 방문하여 김장김치와 선물을 전달하는 장길자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