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여성동아가 함께한 글로벌 캠페인
“해봤어요? 생각보다 쉽던데요?”
사실 처음 도전할 때는 대부분의 참여자가 가게 앞에서 머뭇머뭇했다고 한다. 포장 용기가 한편에 마련돼 있어 집에서 가져온 그릇을 내미는 것이 민망했다고. 또한 가게 사장님들이 싫어할 수도 있기에 선뜻 말을 못했단다. 챌린지 이름처럼 ‘통 큰 용기’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도하는 순간 모든 게 순탄해졌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사장님들이 반기며 “좋은 일 하네요” 덕담을 하고, 덤까지 얹어주었다고 한다.
챌린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SNS(인스타그램, 블로그 등)를 통해 캠페인에 동참한 게시물이 쏟아졌다. 파·오이, 사과·망고 등의 각종 채소와 과일, 치킨·빵·커피·아이스크림, 짬뽕·곰탕·떡볶이·이름을 알 수 없는 각국 국물 요리, 생닭·소고기·해산물, 각종 반찬 등 다회용기에 담긴 전 세계 먹거리 사진이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캠페인 기간 동안 1,089건이 올라왔다. 간간이 시장이나 마트 풍경도 담겨 세계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참여 국가도 다양하다. 국내는 물론 미국, 영국, 베트남, 페루, 독일, 태국, 뉴질랜드, 사모아, 잠비아, 헝가리 등 24개국에서 참여했는데 베트남, 브라질, 독일에서 올라온 게시물이 유독 많았다. 전 세계 많은 이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캠페인에 동참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뜻깊다.
냄비에 통닭을 담은 sssj5187 씨는 “막상 해보니 어렵지 않았고,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을 것 같다”, 평소 일요일 저녁이면 세 자녀를 위해 근처 가게에서 닭국을 산다는 페루 마누엘 프란시스코 마추카 키로가 씨는 “음식을 냄비에 담아 가니 마치 내가 요리를 한 것 같다”는 소회를 전했다. 환경 다큐를 보고 인간이 동식물들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미안했다는 김David 씨는 그물형 수영복 가방을 활용해 감자를 담았다. 김정* 씨는 찌개를 용기에 담아 오면서 “애국자가 된 것 같아 기분도 UP” 됐다고 한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돼지고기가 담긴 그릇을 들고 있는 베트남 아이의 모습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 부모님과 동행했으리라. 이 사진을 게시한 Huy Lường(닉네임) 씨는 “의미 있는 캠페인에 참여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 좋은 습관을 가지도록 돕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는 글을 올렸다. 독일의 Carmelo Sammarco(닉네임) 씨는 그릇에 빵을 담으며 “환경에 도움 되는 행동인 것 같아 행복하다”고, 페루의 세르히오 요엘 카날레스 리베라 씨도 “작은 실천으로 환경보존에 힘쓸 수 있는 게 뿌듯하다”고 한다. 영국의 한 부부는 장바구니에 물건을 넣으며 “일상 속 작은 행동이 환경에 차이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돼 가슴이 따뜻하다”고 했다. 모두들 작은 실천으로 환경운동에 동참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캠페인이 끝났다고 환경운동(?)을 접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은 캠페인 종료 후에도 계속 SNS에 게시물을 올리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캠페인과 상관없이 환경 지킴이로서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말이다.
‘실천’하면 환경을 생각하게 된다
캠페인에 동참한 사람들은 말한다. 처음 시작이 어렵지 막상 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렇게 쉽게 환경보호를 실천하게 될지 몰랐다고 말이다.
직장인 박 씨(40대)는, 처음 시도했던 통큰용기 챌린지 성공에 힘입어 마트 수산물 코너에 도전하기로 하고 용기를 챙겨 들었단다. 환경을 위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비가 내려도 번거롭지 않았단다. 그런데 마트 입구로 들어서며 멈칫했다고. 입구에 비치된 우산 물받이 비닐 때문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을 텐데, 그날은 기분이 영 개운치 않았다고 한다.
비단 박 씨만 그런 기분을 느낀 게 아니다. ‘통큰용기 챌린지’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입 모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환경을 훼손했었다고 말이다. 일회용 커피 용기, 식품 포장재, 가정 필수품이 된 물티슈, 마스크, 택배 박스, 배달 용기 등. 편리에 의해 생각 없이 사용하고 버렸던 것들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이가 아닌 ‘나’ 자신이 환경오염 주범이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이 있다. 소소한 것이라도 환경을 위하는 일에 적극 참여해 보는 것이다. 이번 캠페인 동참처럼 말이다. 그러면 무심코 했던 잘못된 행동을 자각하고, 환경을 위해 작은 일이라도 실천하게 된다. 환경의 가치를 중시하는 작은 노력들이 모여 쓰레기로 몸살 하는 지구를 회복시킬 수 있다.
이번 캠페인은 대다수가 식품을 구입할 때 진행했지만, 시야를 넓히면 좀 더 다양한 방면에서도 실천 가능하다. 이미 환경을 생각하는 여러 기업에서 이와 비슷한 캠페인 및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만도 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파는 가게가 MZ세대(밀레리얼+Z세대) 인기 방문지로 떠올랐고, 한 대형마트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샴푸, 세제 등)도 운영 중이다. 호주,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리필 가게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위러브유는 앞으로도 ‘환경을 위하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기사 더하기_여성동아는 챌린지 게시물 중 30점을 선정해 소정의 선물을 전달한다. 확인은 여성동아 7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