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가족들의 희망찬 내일을 향한 합창
겨울로 가는 길목에서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던 11월 17일 오후. 한 콘서트장에 들뜬 표정의 시민들이 빠른 걸음으로 삼삼오오 모여든다. 이내 1만 명이 넘는 이들로 가득 찬 행사장에는 봄날 같은 훈훈함이 감돈다.
(재)국제위러브유,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유엔아동권리협약 한국NPO연대,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인천세종병원이 후원하는 제22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가 인천 송도국제도시의 중심에 위치한 송도컨벤시아 1층 전시홀에서 개최됐다. 기후재난 이재민과 소외계층 이웃을 지원하고자 열린 이번 콘서트는 장길자 회장, 이사진과 더불어 1만 3000여 명의 회원 및 시민들이 참석했다. 페루, 에콰도르, 네팔 등 6개국 주한 외교관 가족과 정계, 재계, 문화예술계, 교육계 등 다양한 인사가 위러브유의 이웃사랑 행보에 뜻을 모았다.
장길자 회장의 개회사로 1부 기금전달식이 시작됐다. “따뜻함이 그리운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고 운을 뗀 장길자 회장은 “각국에서 홍수와 지진, 폭염, 대형산불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등 희망적인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위기에 처한 이웃에게 새 희망과 용기를 전하는 것은 지구에 사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선택”이라며 곤경에 처한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고 새로운 내일을 열길 바랐다. 행사를 후원하고 협찬한 기관과 단체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축사자로 연단에 선 파울 페르난도 두클로스 파로디 주한 페루 대사는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는 음악이 인류를 연결시켜 주는 귀중한 도구임을 알려주는 자리다. 위러브유가 전 세계에서 펼치는 사회봉사에 경의를 표한다”며 페루와 위러브유의 우정이 희망찬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했다. 파트리시오 에스테반 트로야 수아레스 주한 에콰도르 대사는 “에콰도르 산불 이재민을 돕는 위러브유에 감사를 전한다. 위러브유의 지원은 피해 가족의 일상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국제 협력과 인도주의 정신이 가진 힘을 보여주는 귀감이 된다”고 찬사를 보냈다.
다음 순서로 기금 전달을 약속하는 기증판이 게시됐다. 이날 영상을 통해 기후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위러브유는 이번 콘서트에서 대형산불로 피해를 입은 페루, 브라질, 파라과이, 에콰도르, 볼리비아와, 기록적인 폭우로 홍수를 겪은 네팔, 방글라데시, 태국을 지원한다. 또한 한국에 거주 중인 몽골인 가정과, 국내 복지소외가정 100세대(서울 60세대, 인천 40세대), 학대피해아동쉼터 그룹홈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국내외 총 지원 규모는 29억 달러(한화 4억 600만 원 상당)에 달한다.
2부 콘서트는 세계 각국의 전통 복장을 입은 새생명어린이합창단의 발랄한 공연으로 시작됐다. 이어 가수 양수경, 김종환과 리아킴, 김성환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사랑과 가족, 인생의 의미를 담은 곡을 열창하자 관객들의 함성이 터져나왔다. 소프라노 강민성, 정찬희, 라클라쎄(팝페라 그룹)가 부른 가곡과 칸초네(이탈리아의 민요), 아리아, 한국 대중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은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전율과 감동을 안겼다. 장내의 온기는 어느새 열기로 바뀌고 관객들이 흔드는 휴대폰 플래시 불빛은 바다에 반짝이는 윤슬처럼 전시장을 수놓았다.
재능 기부에 나선 출연진들은 관객과 하나 되어 지구촌 이웃에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무대에 큰 감흥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를 처음 찾은 가수 양수경은 “오늘 무대는 내가 선 무대 중 가장 아름다웠다.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분들이 즐거워하셔서 나도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딸 리아킴과 함께 수년째 이 무대에서 사랑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가수 김종환은 “이 자리를 통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함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하다. 개인적으로는 일 년에 한 번이 아니라 3개월에 한 번씩 하고 싶을 만큼 이 콘서트가 좋다”고 말했다. 리아킴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 오면 위러브유 회원들의 열렬한 호응에 오히려 내가 힘을 받아서 진짜 행복하게 노래한다. 회원들은 어려울 때 함께 해주는 좋은 이웃들이고, 나도 그런 이웃이 되고자 매번 무대에 서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뜻깊은 일에 앞장서는 분들에게 위로와 힘을 드릴 수 있다는 데서 보람을 느꼈다”는 소프라노 정찬희, “마음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하나 되어 사랑을 전하는 것은 정말 귀하고 감사한 일이다. 콘서트에 온 모든 분들이 함께 노래하며 행복하길 바란다”는 바리톤 오유석(팝페라 그룹 라클라쎄)도 나눔과 봉사의 보람을 말했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를 함께 즐긴 주한 외교관들은 세계 각국을 폭넓게 지원하는 위러브유 활동에 공감과 지지를 표명했다. 푸슈파 라지 바타라이 네팔 대사대리는 “위러브유는 2015년 네팔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뿐 아니라 올해 홍수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우리 나라 이재민을 도와주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우다양가 피에리스 스리랑카 참사관은 “재난은 피할 수 없기에 문제가 생긴 후 상황을 정리하고 사람들을 위로할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음악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사람들을 결집시키고 동일한 목표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위러브유의 콘서트는 대단하다”고 단언했다.
대학 동기의 초대로 콘서트를 관람한 박상현(서울) 씨는 “뮤지컬 계통에 종사한 적이 있어 이런 자선 공연을 진행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여러 계통의 전문가들과 하나하나 맞추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다들 좋은 마음으로 그 어려운 일을 원활하게 해낸 것이 놀라웠고, 공연 자체도 훌륭했지만 취지도 참 좋게 다가왔다”고 평했다. 올해로 열 번째 참석이라는 최영옥(서울) 회원은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는 처음 접한다. 수준 높은 클래식 연주에 힐링받았고 위러브유 회원으로서 지구 반대편 이웃까지 도울 수 있어 뿌듯했다”고 말했다.
여운이 남은 듯 콘서트를 마치고 나서는 관객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위러브유 회원들은 다가오는 겨울에도 마음속 이 온기를 계속 이웃들과 나누겠다는 일념을 안고서 새로운 내일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