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놀이&청소봉사 - 가슴에 오래 남을 ‘사랑 3중주’
(사)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대전지부는 여름방학을 맞아 학생회원들을 중심으로 약 90명의 회원들이 8월 한 달간 3차에 걸쳐 장애영유아생활시설 ‘한걸음’을 찾았다. 대전에서도 변두리인 장태산 휴양림에 위치한 ‘한걸음’에서는 혼자서는 한시도 있을 수 없는, 만 6세 이하 41명의 중증장애어린이들이 24시간 생활재활교사들과 함께 생활한다. 절반 이상이 뇌병변으로 인해 거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시각, 청각 장애까지 겪고 있는 중복장애아들로, 누구보다 사랑과 보호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어린이들이다.
대전지부에서는 그간 어른들 위주의 봉사활동에서 탈피하여 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사랑과 감사, 나눔의 정신을 기르고 이웃 사랑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한걸음’ 방문을 계획했다. 이에 따라 봉사에 자원한 60여 명의 학생들은 실내악 연주회와 더불어 놀이, 청소봉사 등으로 장애어린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다.
8월 5일, 1차 방문 때는 이곳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악기 연주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바순 독주곡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등 클래식에서부터 영화음악, 찬송,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와 만화 주제곡까지 한 시간에 걸쳐 감동적이고도 흥겹게 관현악을 연주했다. 시설 관계자들은 “평소에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음악으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장애아들을 돌보는 생활재활교사들의 마음까지 위로해주는 뜻깊은 음악회”라고 평했다. 연주회를 마친 학생들은 장애어린이들의 방을 찾아 간식을 먹여주고, 책도 같이 읽어주며, 안아주는 놀이 시간을 가졌다. 연주에 참여한 김준성(18) 군은 “많이 부족하지만 내가 가진 작은 것을 나눠줄 수 있어 기뻤다”고 뿌듯해했다.
2차로 지난 16일에는 19명의 여학생들이 부녀 회원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하여, 청결한 환경 유지를 위해 날마다 청소하는 생활재활교사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청소 봉사에 나섰다. 여학생들은 무릎을 꿇고 강당의 바닥을 꼼꼼히 걸레질 하는가 하면, 의자를 가져다가 높은 곳의 창틀까지 깨끗이 닦았다. 계속해서 교육실과 계단, 서랍장, 휠체어, 운동기구 그리고 시각장애아를 위한 난간 손잡이까지 깔끔하게 청소하는 학생들의 이마에는 어느덧 송골송골 구슬땀이 맺혔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인 김하경(14) 양은 “지난번 봉사 때에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즐거웠고 많은 보람을 느껴서 좋았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곳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고 말하며 즐겁게 청소에 임했다.
연이어 19일 오후, 제3차로 중∙고교 남학생 13명이 청장년 회원들과 이곳을 찾았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하기 힘들었던 건물 외곽 청소, 벽걸이 선풍기 청소 등 구석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찾아내어 청소하는 기염을 토했다. 뜨거운 날씨에 건물 외곽을 청소하느라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신준수(16) 군은 “예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어느 누구도 원해서 장애를 갖게 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많이 미안했다. 앞으로 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과 도움을 주고 싶다”며 솔직한 마음을 밝혔다.
한걸음 측 이은정 시설사무국장은 “학생들이 겸손하고 성실하게 봉사에 임해준 덕분에 선생님들이 남은 시간을 아이들을 위해 더 쓸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선생님들의 바쁜 일손을 덜어주어 정말 감사하다”며 위러브유 학생들을 거듭 칭찬했다. 생활재활교사들은 “학생회원들이 무척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주셔서 감사하고, 음악회 때도 정말 좋았다”면서 꼭 다시 와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3차에 걸친 이번 봉사활동은 장애(障碍)를 차별의 요건이 아니라 ‘길게(長) 사랑해줄(愛)’ 요건으로 여기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사랑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또한 참가 학생들에게는 마음에서 우러난 ‘나눔’의 시간을 통해 자원봉사의 즐거움을 체험하고 습관화해가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배를 통해 경관식(위로 음식물을 직접 공급)을 하고 있지만 항상 밝고 잘 웃는 태희, 손을 너무 자주 빨아 습진이 생길 정도여서 손싸개를 해야 한다는 건수, 전혀 거동을 못하지만 누가 봐도 예쁜 효주, 그리고 시각 장애를 앓으면서도 우리 일행이 온 걸 아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옹알이를 하던 다빈이…. 어린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다음 번에 꼭 다시 오자”고 서로 약속하는 학생들의 모습에는 보람과 감사, 사랑의 웃음이 번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