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펌프로 솟아나는 기쁨을 온 세계에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이란 책을 읽어보면 우리가 당연시하며 누려온 것들이 얼마나 축복이며 감사할 일인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지구촌을 100명이 살고 있는 마을로 축소해놓았을 때 25명은 양식과 집이 없어 힘겹게 삶을 이어가며 17명은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마실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유엔환경계획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 10억 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오염된 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는 아프리카에서는 마실 물을 찾아 몇 시간을 헤매는 일이 다반사이며 그나마 수동펌프가 있는 지역에서는 1000~3000명이 펌프 하나에 매달려 살아간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에서는 해마다 국내외 심장병·희귀병 어린이들의 새생명 살리기에 기여해온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를 통해 아프리카 물 부족 국가 지원에 적극 나섰다. 물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이곳에 펌프와 저수시설을 보급함으로써 생명을 살리자는 취지에서다.
초여름의 길목으로 접어든 5월 25일 일요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주최하고 보건복지가족부, 서울특별시, 세종병원에서 후원한 제10회 새생명 사랑 가족걷기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장길자 회장, 이강민 이사장 및 이사진, 이순재 후원회장, 이배근 상임고문, 김성환 친선대사, 김보성 홍보대사를 비롯하여 세종병원 정란희 대표이사, 정연보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산악인 한왕용·윤길수 씨, 가수 윤태규 씨, 하리 반 오우든 주한네덜란드 투자진흥청 대표이사, 룬둘라 루시마 지미 주한콩고민주공화국대사관 참사관, 존 보스코 데리 페베사니 주한가나대사관 참사관, 베브 소단 아메리칸 우먼스클럽 코리아 회장 등 국내외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1부 기념식이 진행된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는 생명의 물을 아프리카에 전하려는 만여 명의 회원 가족들이 모였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국제대학생자원봉사연합회 소속 대학생 100여 명이 참가 어린이들에게 페이스페인팅을 제공하고 물 절약관, 물 홍보관 등을 운영하며 행사를 도왔다. 어린이합창단의 율동, 마칭밴드의 연주에 이어 가수 윤태규 씨, 탤런트 김성환 친선대사, 가수 김제훈 회원이 무대에 올라, 예정에 없던 즉석 노래선물로 회원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기도 했다.
오전 10시경 시작된 기념식에서 장길자 회장은 “지구촌은 모두 한가족”이라며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가족들에게 사랑의 펌프로 온정을 나누자”고 호소했다. 물은 곧 생명임을 강조한 장 회장은 “작은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내를 이루고 그 내를 모아 강을 이루듯, 사랑의 마음을 모아서 생명의 강물을 아프리카로 흘려 보내자”고 힘주어 말했다.
제10회 대회가 세계로 사랑의 물꼬를 트는 보람된 행사가 되기를 바라는 이순재 후원회장과 이배근 상임고문, 하리 반 오우든 네덜란드투자청장의 축사에 이어 국내에서 오랜 기간 활발한 자선사업을 펼쳐온 아메리카 우먼스클럽 코리아의 베브 소단 회장이 무대에 올랐다. 소단 회장은 어린이들에게 새 생명을 전해온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며, “물 부족은 세계적인 이슈로, 오염된 물로 인해 죽어가는 사람이 연간 5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 지구촌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 도와야 한다”면서 향후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와 함께 지구촌 이웃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갈 것을 다짐했다.
이어진 사랑의 펌프 전달식에서 가나, 콩고민주공화국,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랑의 펌프 및 저수시설 설치 비용이 전달되었다. 이날 전달된 비용으로 아프리카 3개국 60개 지역에 펌프 및 저수시설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내빈들은 무대 옆에 설치된 ‘사랑의 펌프’를 직접 체험하며 솟아나는 사랑의 샘물로 아프리카에 새 생명이 전해지기를 염원했다.
기념식 순서가 끝난 후 장길자 회장의 출발 선언으로 2부 걷기대회가 시작되었다. 더위를 식혀주는 선선한 바람을 타고 그윽한 수풀의 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올림픽공원 산책로에는 청록 티셔츠를 입은 회원 가족들의 물결이 푸른 강물처럼 넘실거렸다. 만물이 약동하는 5월, 가장 생기 넘치는 존재는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이었다. ‘손잡고 걷기’, ‘동요 부르며 걷기’, ‘비누방울 터트리며 걷기’, ‘사랑의 하트 만들기’ 등 구간별로 마련된 이벤트와 슈렉, 케로로 등 아이들과 친근한 캐릭터 인형이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아이가 이번에는 누굴 돕느냐고 먼저 물어봐요. 물이 부족해서 못 마시는 아프리카의 이웃들이 있다고 설명해주니까 놀라워하면서 물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대요. 나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전 세계 이웃을 생각하는 이런 행사를 통해 아이도 시야가 넓어지고 부모도 아이와 더불어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아요.” (김경미 회원. 37. 서울 관악구)
가족걷기대회를 통해 오붓한 시간을 보낸 회원들은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인 데다 좋은 일에 동참할 수 있어 육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기한 듯 펌프를 작동해보고 “아프리카의 어려운 친구들을 생각하며 이제 물을 아껴 쓰겠다”는 자녀들을 바라보며 엄마 아빠 들의 마음은 더없이 흐뭇해졌다.
히말라야 8천 미터급 14좌를 완등하여 세계 11번째로 산악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산악인 한왕용 씨도 이번 대회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행사에 참가한 데 감탄한 그는 “오지에서는 흙탕물을 마시고 질병에 걸리는 현지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들을 도우려면 펌프뿐 아니라 저수시설까지 지원이 되어야 하고 꾸준한 지원을 위해 미래의 지도자들인 어린이들의 교육이 필수적인데 그런 의미에서 이 행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면서 “오늘 참가한 어린이들도 이웃을 돕고 봉사하는 엄마 아빠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남을 생각하고 봉사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지구가 중병을 앓고 있는 이때, 나눔과 환경운동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작은 물방울이 모여 시내를 이루고 큰 강과 바다를 이루듯, 생명을 존중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이 모이고 모일 때 메마른 지구촌에 생명과 사랑의 강물이 넘쳐 흐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