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어머니 사랑을 전하는, 세계인의 김치
외국인 근로자, 이주여성 등 거주 외국인이 주민의 1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다문화도시’ 안산에서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가 해마다 겨울을 앞두고 개최하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가 제15회를 맞아 11월 6일 오전, 안산문화광장에서 진행된 것이다.
이 자리에는 장길자 회장을 비롯한 위러브유 회원 200여 명과 더불어 다문화가정 주부, 외국인 유학생 주부 20여 명이 참석해 한국의 김장문화를 직접 체험하며 이웃 사랑을 나눴다. 우즈베키스탄, 이라크 등 주한 외교관 가족과 제종길 안산시장 부인 임미정 여사, 시민단체 ‘참안산사람들’ 민병권 상임대표도, 이웃 사랑 나눔에 위러브유와 늘 함께해온 탤런트 김성환(친선대사), 최예진, 가수 이승훈, 윤태규 씨도 바쁜 일정을 미루고 달려와서 정성스러운 손길로 함께 김치를 담그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날 장길자 회장은 “겨울이 되면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얼마나 외롭고 추울까 걱정이 된다”면서 “김장은 그런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의 표시”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따뜻한 마음들이 모여서인지 입동 전날이었지만 김장하는 내내 포근한 날씨가 계속됐다. 새벽부터 광장에 작업대가 놓이고, 그 위로 며칠 전에 수확하여 다듬고 절여 놓은 배추와 무, 빛깔 고운 고춧가루와 싱싱한 굴과 오징어, 멸치젓 등 17가지 국내산 농수산물로 잘 버무려진 김칫소가 진열됐다.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김장 담그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푸른 하늘 아래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진 광장에는 수백 명이 함께 김장하는 모습이 장관을 이뤘다. 광장을 지나던 시민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처음 보는 대규모 김치 축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행사장 입구 한편으로 김치의 역사와 김장 문화, 어머니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를 소개하는 패널이 한글, 영어, 중국어로 전시돼 행인들과 참가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처음에는 매워서 김치를 못 먹었는데 이제는 김치 없으면 못살아요. 먹기만 할 줄 알지 담그는 건 처음이에요.”
처음 김치를 담가본다는 다문화가정 주부들은 “놀랍고 행복한 경험”이라고 즐거워했다. 필리핀에서 온 지 17년 된 주부 마리사 씨는 “함께 김치를 담그니 너무 재밌었다”면서, 김치를 늘 담가주시던 시어머니의 수고를 떠올리며 감사했다. 한 주한 외교관 부인도 “김치를 만드는 일이 이렇게 재밌는 일인 줄 처음 알았다. 너무 좋았다”고 감탄했다.
김치를 담그는 동안 장길자 회장은 외국 대사관 관계자들과 다문화가정 주부들에게 김치 버무리는 시범을 보여주며 한국 김장 문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라크 대사관 칼릴 이브라힘 공관차석은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내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좋은 분들과 함께 행사를 개최해준 위러브유 측에 감사를 표했다.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 부인 류드밀라 펜 여사는 “우리 나라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지만 한국의 김치만큼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없다. 한국 김치에는 각종 채소와 해산물이 들어가 그 맛이 깊고 개운하다”며 한국 김치 맛이 최고라고 호평했다. 안산시장 부인 임미정 여사는 “다문화가족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김치를 통해 함께 이웃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면서 김장 나눔을 통해 모두가 한 식구라는 생각을 가지길 바랐다.
총 7000킬로그램이 넘는 김장이 오전에 마쳐졌다. 10킬로그램씩 깨끗하게 포장된 김치는 안산시 300가정, 수원시 200가정, 시흥시 100가정, 화성시 100가정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시청 관계부서를 통해 곧바로 전달됐다. 김치를 수령한 관계 공무원들은 “맛있고 정성 가득한 위러브유 김치가 올해도 저소득가정 아이들과 홀로 사시는 어르신, 다문화가정 이웃들에게 큰 힘이 되겠다”고 말하며, 나눔의 정신으로 해마다 수고를 아끼지 않는 회원들에게 감사했다.
곧이어 장길자 회장은 김장 김치를 챙겨 안산시의 다문화가정 네 집을 방문했다. 장 회장 일행을 맞이한 이들은 결혼이나 유학으로 인해 방글라데시, 우즈베키스탄, 카메룬 등지에서 한국에 온 주부들이었다. 춥지는 않은지, 한국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물어보며 따뜻한 포옹으로 타향살이의 수고를 위로한 장 회장은 “한국은 겨울이 추우니 김장을 해서 겨울을 지낸다. 정성이 가득한 김치 드시고 따뜻하고 건강하게 지내시라”고 얘기하며 김장김치와 난방비 등을 전달했다.
한국의 김치를 통해 모두의 가슴에 전해진 것은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이었다. 이날 김장 행사에 참석해 김치를 담그기도 했던 방글라데시 주부는 “김치가 맛있었다. 한국에서는 엄마가 김치를 담가 딸에게 주기도 하고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담그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났다. 정말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장 회장 일행을 환한 웃음으로 배웅하던, 카메룬에서 온 주부도 말했다. “따뜻이 안아주시고 사랑한다 말해주실 때 정말 행복하고 고마웠다. 한국에 가족이 없는 내게 오늘 가족이 생긴 것 같다. 내 어머니는 본국에 계신데 오늘 이곳 한국에서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