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무너진 마음, 사랑의 손길로 세워드립니다”
9월 16일, 하룻동안 ‘물폭탄’이라고 불릴 만한 기록적인 폭우를 쏟아 부은 태풍 ‘나리’로 인해 제주도 일대는 물에 잠겨버렸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실의에 빠진 도민들을 위해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제주지부 회원들은 9월 23일, 수해복구가 한창인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급식봉사에 나섰다.
이날 삼양동 삼양해수욕장 감수탕(담수욕 시설)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산지천 범람으로 진흙이 넘쳐 침수 피해가 심했던 도남동 성환지하상가의 그릇들을 옮겨와 부지런히 닦고 있었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회원 15명은 이들 자원봉사자들과 피해주민들을 위해 육개장을 끓여내고 간식, 음료를 준비하는 등 150인분의 식사를 제공했다. 또 한편으로 그릇 세척을 도우며, 피해 주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재기하시도록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10월 7일에는 회원들이 제주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하여 홀로 기거하시는 어르신들의 피해 가옥을 찾았다. 화북동 침수 지역에서 진행된 이번 봉사는 목수 일을 하는 회원을 포함하여 모두 30여 명이 참석했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 원순재 제주지부장은 “지난번 수해복구 현장에서 도움의 손길이 부족해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작은 힘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또 다시 나섰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봉사 현장을 방문한 제주시자원봉사센터 이승희 사무국장은 휴일도 반납하고 봉사에 나선 회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부탁했다.
3주 전 태풍이 지나갔지만 비가 종일 오락가락하는 궂은 날씨였다. 슬레이트 지붕이 날아가고 천장이 내려앉아 비가 새는 집에서 다가올 겨울을 걱정하며 지내던 어르신들은 우중에도 찾아온 회원들을 반갑게 맞았다. “자식들이 다들 객지에 있어 와서 돕기 힘든데 자식보다 낫다”는 김정생(81) 할머니의 말씀에 회원들은 “집안 일을 도우러 자식들이 왔다고 생각하시라”고 말씀드리며 집안 이곳저곳을 손보기 시작했다. 젖은 벽지를 뜯어 도배도 다시 하고, 무너져가는 기둥과 천장에는 새 버팀목을 댔다. 회원들의 부지런한 손놀림에 집 안팎은 빠른 속도로 예전의 깨끗한 모습을 되찾아갔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의 봉사는 김정생 할머니 집을 비롯해 모두 5가구의 집수리를 마치고 저녁 7시가 되어 마무리됐다. 새 집처럼 밝아진 집안에서 역시나 밝아진 어르신들의 환한 웃음이 회원들에게 봉사의 기쁨과 보람을 더해주었다. 이윤순(85) 할머니는 “바람이 숭숭 새는 집에서 겨울 날 걱정을 하니 까마득했는데 이렇게 새 집처럼 만들어줘서 얼마나 고맙고 든든한지 모르겠다”며 회원들의 손을 꼭 잡았다. 회원들은 앞으로도 종종 찾아뵙겠다며, 말끔히 수리된 집에서 어르신들이 따뜻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원했다.